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연인〉
그래서 그랬을까? 처음에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시점도, 시간도, 장소도, 이야기조차 온통 뒤죽박죽인 느낌이다. 그래서 내려놓기로 했다. 그저 작가가 이야기하는 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그러다 보면 이야기의 종착역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
열여덟 살에 나는 늙어 있었다
돌이켜보면 자신의 얼굴은 항상 현실의 경험보다 앞서 있었다고 말하는 저자에게서 18살 소녀의 고되고 애달픈 삶이 느껴졌다. 그 삶을 들여다 볼수록 불편한 진실들과 마주치게 된다.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하고 싶은 얘기는, 내 나이 열다섯 살 반이었을 때의 얘기다
이야기는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너는 회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집에서 방학을 보내고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나룻배를 타고 메콩 강을 건너는 도중 부유한 중국인 남자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독신자 아파트로 돌아온다. 우리는 연인이다. 우리는 사랑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처음으로 그에게 안긴 날, 죽을 것만 같은 쾌락과 용망의 파도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자 가슴속 응어리가 풀린 듯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렇게 쾌락과 돈의 힘에 끌린 생활이 1년 반 동안 계속되었다.
나의 연인. 그를 사랑했는지 확신하지 못했지만 바다에 흐르는 음악을 듣는 이 순간 모래에 스며든 물처럼 사랑을 잃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소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작별의 순간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의 사랑에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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